고운 바람이 부는 맑은 밤, 하늘에 뜬 크고 예쁜 손톱달에 놀라 걸음을 멈추었습니다. 새초롬하게 이지러진 손톱달 밑 바늘로 콕 찍어 놓은 듯한 샛별이 어쩌면 누군가 하늘로 돌아가 내어 놓은 별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손톱 모양 하나하나까지 쏙 빼닮은 우리 딸과 우리 아들, 마음과 마음이 보이지 않는 실로 이어져 있는 것 같은 내 친구, 영겁의 시간을 지나 마침내 만난 나의 인연이 허무히 밤 하늘 손톱달을 지키는 샛별로 돌아가 버렸습니다. 이 허망과 비통이 한데 어우러진 날은 한낮이 되어도 깜깜한 밤인 양 어둠이 짙게 깔려 그저 손톱달 옆 샛별만 보일 뿐입니다.
바다 위 윤슬처럼 아리땁게 반짝이던 그들이 어쩌면 이렇게 빨리 돌아가 버린 걸까요. 아름답고 찬란할 그들의 시간이 어쩜 이리 무상히 끝나버리고 만 것인지 물을 곳이 없어 고개만 숙이고 있습니다. 부디 그들의 하늘 가는 길이 가을날의 바람결처럼 보드랍기를, 누군가의 못난 혀로 이생의 마지막이 더럽혀지지 않기를, 순전하고 깨끗하게 돌아가 다음에 다시 만나기를 꼭 감은 두 눈으로 바랍니다.
안녕하세요. 이의선 입니다.
다들 아무 일도 없으시길 간절히 바라며 안부를 여쭙니다.
지난 토요일 밤 일어난 이태원 압사 참사로 잠들지 못하는 주말 밤을 보내었습니다. 생때같은 젊은 목숨들이 정말 허망하게 떠나가 버렸습니다. 믿기지 않는 소식에 저도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며 뉴스창 새로고침 버튼을 여러 차례 눌러 보았습니다. 원스럽고 애통한 마음을 쥐고 참사를 당한 그들과 사랑하는 이를 하루 아침에 잃은 그들의 가족에게 깊은 애도를 표하는 바입니다.
이번 주 연재 예정이었던 [분기간 이의선] <순기> - epi. 2 편은 국가 애도 기간에 따라 잠정 휴재합니다. 독자분들의 너른 양해 부탁드립니다.
<순기>의 다음 화 발송 예정일은 2022년 11월 10일 (목)입니다. 정확한 발송일을 언급하는 것이 처음입니다. 이야기를 기다리시는 분들께 너무 지난한 공백이 되지 않길 바라며 발송일을 알려드립니다. 다음주 목요일, 늦지 않게 다시 메일함을 채워 드리겠습니다.
참 좋은 가을 날입니다. 제가 약속한 글은 조금 늦게 여러분의 메일함을 채우겠지만 [분기간 이의선]이 도착하기 전까지 가을을 조금 더 만끽하시는 것은 어떨까요. 거리에 나가 시원한 공기 한번 듬뿍 들이 마셔 보시고 구름 한 점 없이 파란 하늘도 올려다보시며 이맘때 느낄 수 있는 자연을 담뿍 차게 경험하셨으면 좋겠습니다.